남성 느와르의 결정판, 히트 (HEAT, 1995)


히트 – 간략 줄거리 있음, 결말 없음


영화 히트는 교본과도 같은 영화 입니다.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 교류, 대립, 경쟁, 심리 등을 묘사한 교본이고,

역대 영화 중 가장 실감나는 총격전을 그려낸 바이블이며,

탑 주연급 배우 두 명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스토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입니다.


과장 조금만 보태서, 현재 나오는 모든 영화의 총격씬은 이 영화 히트의 영향을 받았거나, 혹은 영향을 받은 영화의 영향을 받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잘 만든 수작이라는 얘기죠.


감독마이클 만
주연알 파치노 (빈센트 헤나)
로버트 드니로 (닐 매컬리)
조연발 킬머 (크리스 시헬리스)
톰 시즈모어 (마이클 체리토)
존 보이트 (네이트)
애슐리 쥬드 (살린 시헬리스)
웨스 스투디 (카살스)
이디 (에이미 브렌너먼)
윌리엄 피츠너 (로저 반 쟌트)
나탈리 포트만 (로렌 구스타프슨)
촬영단테 스피노티
음악엘리어트 골덴탈
개봉일미국 : 1995년 12월 15일
한국 : 1996년 8월 10일
제작사리젠시 엔터프라이즈, 포워드 패스
배급사워너 브라더스
런닝타임170분 (2시간 50분)
흥행행$187,436,818 (한화 2,439억 5천만원)





간략 줄거리


주인공인 빈센트 헤나 (알 파치노) 는 LA경찰국 강력계 수사반장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베테랑 형사죠. 가정생활은 파탄이 나도 범인 잡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바꿔 말하면 범인 잡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형사입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생활은 영 별로입니다.

성격도 난폭하고 폭력적이며 이미 두 번의 결혼이 실패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주인공인 닐 매컬리 (로버트 드니로) 는 도둑입니다.

그냥 도둑이 아니라, 대도 중의 대도입니다.


모든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수행하여 증거를 남기지 않으며, 작전 중에 가급적 살인을 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고,

팀원들의 사생활 까지 챙기며 의리도 강한… 멋진 남자입니다.


빈센트 헤나는 대외적으로는 떳떳한 경찰이지만, 사생활이 힘들고

닐 매컬리는 사생활은 나이스하지만, 도둑입니다.

그러다 둘은 닐 매컬리의 어떤 작전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빈센트는 닐을 잡기 위해 조사를 하면 할 수록, 닐은 잡히지 않기 위해 빈센트에 대해 알아볼 수록 서로에게 감탄하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상대를 인정하게 됩니다.




영화, 히트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는 당대 최고의 배우였습니다.

알 파치노는 이미 관용어로써,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무슨 뜻인지 다 아는 ‘대부’ 라는 단어가 탄생한 영화, [대부] 시리즈의 주인공이었죠.

또 아직도 여기저기서 종종 들리는 탱고 음악으로 유명한 영화 (하지만 결코 탱고 음악 뿐만이 아닌 명작) [여인의 향기] 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로버트 드니로 역시 최고의 탑 배우 였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봐도 음악이 들리는 듯한… “가브리엘 오보에” 라는 음악으로 유명한 영화 [미션] 과, ‘러시안 룰렛’ 이라는 것을 일반 명사로 만들어 버린 영화 [디어 헌터] 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어디 내놔도 혼자서 열 몫을 할 탑 클래스의 두 배우가 한 영화에서 뭉쳤습니다.

거기에 감독이 더 가관입니다.

아마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이 포스터 안 본 사람은 없을걸요.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바로 마이클 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제작 당시 부터 영화 히트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기대부터가 남달랐고, [히트] 라는 영화가 대체 어떻게 히트를 칠지… 기대감이 고조 되었죠.

그리고 그 결과 또한 기대에 부응하였습니다.

흥행도 성공하였고, 평론가들도 극찬하였으며, 관객들의 만족도 또한 최고치였습니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3시간에 가까운 긴 런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최고의 영화,

수많은 영화들의 교과서 역할을 하였고, 지금도 하고 있는 영화 입니다.




전설의 씬


전설의 씬 #1. 총격씬


영화 [히트] 하면, 사람들이 모두 말하는 명장면은 바로 총격씬입니다.

앞서 말했듯 히트 이후, 총격씬이 들어간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교본으로 삼았습니다.

그야말로 총격씬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고, 지금 봐도 현실감이 넘치며 모든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특히 총격 음향을 스튜디오에서 가짜로 녹음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총소리를 녹음하여 현장감이 극대화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출연 배우들의 사격자세는 정말 훌륭합니다.

특히 발 킬머의 소총 사격 자세는 정말 일품이죠. (저는 훈련소 사격 조교 출신입니다.)


풍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에서 발 킬머의 사격자세와 탄창 교체 장면은 미국 군대에서 비디오 교본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할 정도 입니다.



전설의 씬 #2. 라이벌이 만나다


두 번째 명장면은 바로 두 배우의 대화 장면입니다.

그냥 대화 장면이 왜 명장면이냐구요?


실제로 둘은 영화에서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딱 두 번 뿐입니다. 마지막 라스트 장면과 바로 이 장면이죠.

이 장면 전까지 둘은 서로에 대해 연구를 할 만큼 한 상황, 그러다가 서로를 라이벌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인정하게 되기 까지 한 상황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언제든 죽일 수 있는… 그런 상황이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면서도 서로에 대한 호감이 쌓이는 프로들의 대화 장면… 명장면 입니다.


잘 보면 아시겠지만, 화면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잡히는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감독의 의도라고 하네요.

닐과 빈센트가 서로 철저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는 의도였다는데… 그러다보니 현장 스틸컷 사진으로 누군가 확보한 아래 사진이 굉장히 유명합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로키”로 유명한 배우 톰 히들스턴은 영화 [히트]의 엄청난 팬으로, 대사를 다 외우고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는 이 대화씬이 마치 ‘상호 인정 협정’ 같다고 표현하며, 성대모사까지 해가면서 당사자인 로버트 드니로를 앞에 두고 자기가 얼마나 이 영화와 이 씬을 동경하는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전설의 씬 #3. 트럭씬

앞서 기술했듯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는 영화에서 딱 두 번 만납니다.

위의 카페 대화 때, 그리고 마지막 대결이죠.

하지만, 이 두 번의 만남이 “그거 밖에 못 만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둘은 영화 내내 상호 교감을 보이죠.

이 장면은 직접 만나는 장면은 아니지만, 이런 ‘상호교감’ (?) 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로버트 드니로는 또 뭔가 훔치는 중이고, 알 파치노는 중요한 순간을 덮치기 위해 컨테이너 속에서 잠복 중입니다.

그러다가 같이 잠복 중이던 경찰 한 명이 사소한 소리를 내게 되는데, 로버트 드니로는 그 사소한 소리에 대해 오감 육감 칠감 까지 다 동원해 상황을 파악하려 합니다.

이 때, 둘은 적외선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숨막히는 대치 상황을 보여주는데, 서로를 꿰뚫어보는 듯한 구성이 정말 숨막히게 하는 명장면입니다.

결국 로버트 드니로는 자리를 뜨고, 알 파치노는 상대를 더욱 인정하게 됩니다.




명대사


명대사도 참 많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이 중 제가 꼽은 [히트] 최고의 명대사는 위 카페 대화 씬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한 말입니다.

Don’t keep anything in your life you’re not willing to walk out on in 30 seconds flat
if you feel the heat around the corner.

직역하면, “낌새를 느꼈을 때, 30초 안에 미련 없이 털고 나오지 못할 것은 가지려고 하지 말라.” 라는 뜻인데요,

조금 의역을 하면,

잡힐 낌새가 들 때, 주저 없이 (30초 안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 – 가족, 사랑 등 – 을 가져서는 안된다.

정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둑 신조(?) 같은 이 말이 왜 명대사냐 하면,,,

이것은 우리 인생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욕심을 내며 살죠. 돈이든, 관계든 뭐든 욕심을 부리며 더 가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가진 것들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요? 급박한 순간에 챙기지도 못 할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살려고 애쓰는 건 아닐까요?

유명한 허영만의 만화 [비트] 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만화의 주인공인 민이의 아버지가 자식을 더 낳지 않은 이유는, 자신은 여러 명의 자식을 지킬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아들 하나만 낳았고, 죽을 힘을 다하면 아들 하나는 지키지 못하겠나 싶었다고,,,


가진다는 것은 곧 책임을 의미합니다.

도둑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모두 똑같죠. 책임지지 못할 것은 가지지 않는 닐 매컬리의 철칙이 지금의 대도를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이 대사는 영화에서 하나의 복선 역할을 합니다.

닐은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번의 작업에서 이 30초의 룰을 잘 지킵니다. 철두철미하죠.

하지만 마지막 씬, 자신을 쫓아 오는 한나를 발견하고, 이디를 바라보며 이디를 버릴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던 때, 닐은 30초의 룰을 어기게 됩니다.


도둑 주제에 가질 수 없는 것 – 사랑 을 가젺고, 그래서 평소보다 더 고민을 길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련이 남기 때문이었겠죠?

고민 고민 끝에 결국 이디를 버리고 도망을 갔지만, 30초를 넘겨 40초 정도가 걸렸고, 결국 그 덕에…..




이런 저런 것들


HEAT

영화 제목인 “HEAT”는 인기척 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경찰의 낌새’ 를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고 하네요.


총기 소개

총격씬에 큰 공을 들인, 아직까지도 이 영화의 총격씬을 뛰어 넘는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씀 드렸죠.

그만큼 영화에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총기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위키에 영화 [히트] 에 등장하는 총기만 따로 정리해서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바로가기


히트 2

영화 [히트 2] 가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마이클 만 감독은 원래 2022년 8월에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을 다룬 프리퀄을 [히트 2] 로 제작하여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현재 개봉일을 지키는 것은 무산되었고, 아뭏든 제작 중이라고 하네요.

주인공은 스타워즈의 카일로 역으로 알려진 아담 드라이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조연 배우 열전


나탈리 포트만

물론 나탈리 포트만은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조연 배우로 소개할 만한 사이즈의 배우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신인이었고, 어렸죠.

나탈리 포트만은 그냥 천성이 배우다… 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필모그래피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는 누가 뭐래도 주연급 배우입니다.

뤽 베송 감독이 [제5원소] 의 제작비를 벌기 위해 몇 개월만에 후다닥 만들어낸 영화 [레옹] 에 마틸다 역으로 출연하여 일약 스타덤에 올랐죠. 그 때가 불과 12세.

그 다음에 바로 후속작으로 출연한 영화가 바로 [히트] 입니다.

역할은 빈센트 헤나의 세번째 부인의 전남편의 딸. 로렌 구스타프슨 이라는 이름의 소녀로 나오는데, 사실 스토리에 큰 역할은 없습니다.

다만, 이 아이는 여러 심적 스트레스와 불안증을 겪고 있었는데, 평소 아무 혈연도 없지만 엄마의 남편인 빈센트를 의지하고 따릅니다.

내적 갈등 끝에 자살을 시도하는데, 빈센트가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겨 살리게 되죠.


이 장면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혹시 어떤 내포된 뜻이 있는지를 좀 찾아봤는데,,, 잘 모르겠더군요.

심지어 스크립트 대본과 다르게 촬영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빈센트가 일에만 빠져 파경의 위기를 맞았지만, 의붓딸을 살려주는 계기를 통해 빈센트가 다시 가정의 일원이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겨주는,,,

동시에 빈센트는 일에 집중해야 그 답다는.. 그런 인식의 계기를 주는 부분 아닐까 합니다.

아이를 살려놓고, 곧장 닐의 뒤를 쫓으러 다시 달려나갔으니까요.


웨스 스투디


보통 대부분의 배우들은 주로 맡게 되는 어떤 ‘역할의 영역 범위’ 같은 것이 있습니다.

(물론 그 영역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하는 배우들도 있죠) 일테면, 이미지의 한계도 있고, 언어나 국적, 인종 등…

어떤 이유들로 한정지어지는 경계선 같은 것들이죠.

헐리우드 에서는 아메리칸 인디언 (정식 명칭은 아메리칸 원주민) 이 등장해야 하는 영화들이 계속 나옵니다.

꼭 인디언 뿐 아니라,,, 어떤 그룹에 동양인, 흑인, 인디언, 여성이 포함되어 있어야 인종 차별 등에 대한 공격을 받지 않는다든가 하는 이유도 있고,, 시대적 배경에 따른 이유도 있고,,,

아무튼 인디언 배우들은 계속 필요합니다.

이런 인디언 역할을 도맡아서 하는 실제 인디언인 배우들이 몇몇 있는데요,

그레이엄 그린, 로드니 그랜트… 등 또 많은데,,, 다들 단역이라 이름도 잘 안나와요.

웨스 스투디는 그런 인디언 전문 배우 중 대표적인 배우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메리칸 원주민인 체로키 족입니다.


백인 지상주의의 헐리우드에서 인디언인 조연 배우가 다들 그렇듯 대부분 조연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데,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서 이 사람이 나오는 영화 중 하나를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겁니다.

바로 전 세계 역대 티켓박스 1위인 영화 [아바타] 의 에이투칸이 웨스 스투디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배우를 참 좋아했습니다.

[라스트 모히칸] 에서 마구아 역할로 나오는 것을 처음 보았는데, 정말 너무 리얼하고, 진짜 같았습니다.


정말로 저런 과격하고 잔인한 인디언이 있다면 딱 저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리얼했죠.

저 리얼한 인디언 배우도 사실 현재 시대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현대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이 때 부터 웨스 스투디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나중에 그가 [아바타] 에 나오는 걸 보고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웨스 스투디는 [히트] 에서 빈센트 팀 일원인 경찰로 나옵니다. 큰 비중은 없습니다.

GQ유튜브에 웨스 스투디의 인터뷰 영상이 있어서 링크 올립니다. (혹시 관심 있는 분들만)




[히트] 는 개봉한 지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지금 봐도 명작입니다.

그런 명성에 힘입어 2017년과 2020년에 리마스터링 재개봉 까지 하였구요..


남성미 물씬 풍기는 범죄 느와르를 보고 싶다면,

절제의 미가 있는 고품격 총격 액션을 보고 싶다면,

프로에게 있어서 일(job)이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알고 싶다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와 같은 잔잔한 영화와는 달리 무겁고 분위기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꼭 첫번째로 추천 드리고 싶은 영화 [HEAT]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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